'호언장담(豪言壯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 있게 내뱉은 약속이지만,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허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올봄의 대형 산불, 올여름의 극한 호우와 폭염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닙니다. 기후위기의 징후는 우리의 일상에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교회도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몇몇 교구에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희망의 길을 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걸음은 더딥니다. 교육과 캠페인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과제인 에너지 자립은 비용과 공간의 한계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탄소중립은 우리 시대의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감당해야 할 사명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지키는 일은 곧 신앙인의 책임이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희망이기도 합니다. 기도와 의식의 전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동체가 함께 힘을 모아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예산과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하며, 생활 속에서 탄소 줄이기를 선택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탄소중립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지만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기도와 의식 전환도 중요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예산 투입과 실질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야만 탄소중립 선언이 단순한 '호언장담'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약속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