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의는 함께 세상을 거닙니다. 때로는 사랑이, 때로는 정의가, 그렇게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거닐어왔습니다.

둘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처럼 보입니다. 정의는 공정에 뿌리를 두고, 옳지 못한 것을 판단하고 단죄하며, 사랑은 너그럽게 포용하기를 권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의와 사랑은 조화를 이뤄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듭니다. 
성경에서 정의는 하느님의 공정함을 드러냅니다. 가난한 이들을 보호하고, 악을 벌하며, 모두가 의롭게 살기를 권합니다. 또한 성경은 무조건적이고 이타적인 사랑이 하느님의 본질임을 알려 줍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자기를 희생하는 사랑의 절정입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헌정 질서의 파괴를 용감하게 막아선 우리 모든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입니다. 새 정부는 '민생과 통합'을 먼저 내세웠습니다. 통합은 관용과 포용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하지만 정의가 사라진 사랑은 혼란입니다. 혼란을 가져온 이들은 그 책임의 무게대로 공정한 판단을 받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사랑은 정의를 앞섭니다. 이어령 선생님도 말했습니다. "'아이고 내 새끼' 하면서 감싸는 것도 잘못이지만, 애를 바로잡는다며 매질로 죽이는 부모는 곤란합니다."
공정으로 판단하고, 사랑으로 감싸는 조화의 경지를 새 정부가 보여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악화된 민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주기를 기대합니다.